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TV&영화

영화 <하울의 움직이는 성> - 한국어 더빙으로 보기

by 글쓰는케이트 2020. 4. 7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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매년 한두 번씩은 <하울의 움직이는 성>을 보는데 항상 한국어 자막을 켜고 일본어 더빙으로 봤다. 그런데 이번에는 문득 한국어 더빙으로 보면 어떨까 하는 생각이 들었다. 사실 <하울의 움직이는 성> 한국어 더빙 퀄리티가 높다고 많이 들어오긴 했는데, '그래도 일본 애니메이션인데 일본어로 들어야지'라는 이상한 핑계를 대며 꿋꿋하게 일본어 더빙으로 영화를 봤다. 아무튼 올해는 이렇게 갑작스러운 마음의 변화가 온 덕분에 새로운 느낌으로 영화를 감상할 수 있었다.

한국어 더빙으로 영화를 보니 확실히 자막을 쫓느라 바빴던 눈이 자유로워져 영상에 더 집중할 수 있었다. 뿐만 아니라 눈이 자유로워졌을 뿐인데 소리에도 더 집중할 수 있었다. 예전에는 배경음악이 흘러나와도 가볍게 듣고 지나가는 느낌이었다면 이번에는 영상과 배경음악의 시너지를 온전히 느낄 수 있었다.

 더빙으로 보면서 가장 좋았던 점은 소피의 변화를 좀 더 제대로 볼 수 있었다는 점이다. 지금까지는 스토리가 진행되면서 소피가 자연스럽게 젊어졌다고 생각했다. 물론 중간에 하울의 어머니로 위장해 설리번을 만났을 때 나이의 변화 폭이 크긴 했지만, 전체적으로 서서히 변화했다고 생각했다. 그런데 사실 소피의 마음 상태에 따라 나이가 미세하게 올라갔다 내려갔다를 반복하고 있었다. 단 몇 초도 안 되는 사이에 모습이 미세하게 변하는 것을 보고 소피의 순간적인 감정 변화를 느낄 수 있었다.

 

<하울의 움직이는 성>의 한국 성우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. 개인적으로는 일본보다는 한국 성우들이 더 좋았다. 일본어를 잘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, 우리나라 성우들이 감정 표현을 더 풍부하게 했다고 생각한다.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여운이 남아 <하울의 움직이는 성>에 더빙에 참여했던 성우들에 대해 한번 알아봤다. 영화 자체가 2004년 개봉된 오래된 작품이지만, 이미 당시에서 대부분 경력이 꽤 오래됐던 것 같다.

소피 역을 맡은 손정아 성우의 경우 대부분 내가 보지 않았던 작품들이라 잘은 모르겠지만 목소리가 꽤 익숙하다. 내가 아는 작품 중에는 <아기공룡 둘리>의 도우너, <강철의 연금술사>의 에드워드를 연기했다.

 

유튜브에 손정아 성우가 연기한 배역들을 정리해서 올려줬는데 작품이 바뀔 때마다 목소리도 확 바뀌어 문득문득 놀랐다. 1970년대에 데뷔를 했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추려서 정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상에 나오는 배역 수가 엄청 많다.

하울 역은 김영선 성우가 맡았는데, 김영선 성우의 경우 내가 아는 작품들이 많았다. 우선 또 다른 지브리 스튜디오 애니메이션인 <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>에서 하쿠 역을 맡았다. 이 영화도 한국어 더빙으로는 본 적이 없는데 조만간 한번 시간 내서 봐야겠다.

다음으로 <드래곤볼>에서는 손오공 역을, <원피스>에서는 상디 역을 맡았는데, 하울이 말할 때 워낙 차분한 편이라서 같은 성우인지 몰랐다. 하긴 염색이 잘못되어 화장실에서 뛰쳐나오면서 소리 지를 때 목소리가 손오공과 상디와 쏙 빼닮긴 했다. <나루토>에서는 사스케 역이었는데 사스케는 캐릭터 특성상 하울의 목소리와 좀 더 비슷한 것 같다.

 

이번 영화를 통해 한국어 더빙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사라졌다. 한동안 전문 성우가 아닌 일반 배우들이 더빙을 맡으면서 논란이 된 적이 있었는데 이때 부정적인 인식이 씌워져 편견이 생긴 것 같다.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더빙의 장점이 훨씬 많았고 작품 자체에 집중하는 데에 많이 도움이 됐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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